먼저 이 글은 건강에 대한 안일한 생각을 할때마다 보기위한 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암은 아니다. 하지만 가벼운 병도 아닌 것 같다. 내가 걸린 병은 하도 워낙에 희귀해서 연구같은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의사의 소견으론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다고는 했지만 마음이 완전히 놓이는 것은 아니다. 6개월마다 암센터에 가서 검진을 받아야한다.
오랫동안 블로그 관리 + 개발공부를 하지 못했었다. 그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였는데 제목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내가 겪었던 증상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다른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났을때 병원에 가지 않고 멋대로 방치하거나 본인의 소견으로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함에 있다.
첫 증상.
나는 원래 올해 초에 헬스를 난생 처음 시작했었다. 3월부터 시작해서 여름때까지 다녔었는데 개인 pt를 시작했었다.
초반에는 그다지 운동을 하는데 불편함이 있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운동을 시작한 후 두 달이 지났을때 오른쪽 다리에서 약간의 근육통이 느껴졌다. 이는 운동을 하다가 생기는 흔한 통증이겠거니 하고 방치했었다. 하지만 근육통 이라기엔 시간이 지나도 완화되지 않고 통증이 점진적으로 커지기 시작함을 느꼈었다. 무슨 느낌이었냐면 오른쪽 골반이 약간 틀어진 듯한 통증 + 다리를 잡고있는 근육들(?)이 전체적으로 아팠었다. 이를 트레이너분께 말했더니 근육이 뭉쳤다고 하여 마사지 기계, 스트레칭등을 하니 증상이 호전 되는 느낌이 들어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원래 다니던 헬스장에서 나와 아파트 헬스장으로 옮긴 후에도 증상이 나아 지지 않았다. 나는 그래서 골반이 분명 틀어졌을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병원을 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가끔 온찜질을 하거나 바른 자세로 앉으려 노력한것이 다였다. 하지만 슬슬 통증에 대한 한계가 오고 있었다. 특히 알바를 하거나 하체 운동(스쿼트)을 할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 조금만 많이 걸어도 오른쪽 다리에 찌릿 하는 통증과 함께 근육 전체가 뭉치는 듯한 느낌이 찾아왔다. 또 스쿼트를 할때는 밸런스가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 오른쪽 다리 힘이 풀리곤 했다. 그때가 되면 빈봉에서 원판을 낄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해서 머신으로만 운동을 했었다.
알바가 끝나거나 운동이 끝나면 엄청난 통증이 동반되서 더 이상 놔둘 수 없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때가 최초 증상 발견 후 약 7~8개월이지났을 때였다. 스쿼트를 할때 밸런스가 이상함을 근거로 골반이 틀어졌겠거니 하고 동네 정형외과를 방문해 진찰을 받았다.
x-ray를 찍어보고 골반이 틀어졌나 아닌가만 보려 했었지만 의사선생님 입에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밑에는 그때 나눴던 대화내용을 간추려서 적어놓았다.
👨⚕️(의사선생님) : 이거 뼈 안에서 뭔가가 보이는데요? 잘 보면 왼쪽 뼈는 뿌옇게 잘 자리잡혀있는게 보이는데 오른쪽은 왼쪽에 비해서 뭔가 확실히 다르죠? 이거 뼈 안쪽에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거에요
👨🎓(나) : 뼈 안에 뭔가가 있다고요?
👨⚕️(의사선생님) : 네, 이거 언제부터 그러셨죠? 분명히 증상이 있었을 탠데요
👨🎓(나) : 한 2~3월부터 운동하면서 그랬던거 같은데 막 심하진 않았거든요
👨⚕️(의사선생님) : 그럼 한 6개월은 넘은건데 빨리 내원하시지... 이거 MRI 찍어봐야해요 빠른 시일안에 큰병원가서 MRI 찍어보세요
대형종합병원 진찰 후 결과.
그 말을 들은 직후 바로 MRI 촬영 예약을 마치고 하룻동안 입원을 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 결과는 찍은 날로 부터 다음 주 중에 나온단다. 그나마 찍기 전에 담당 의사선생님 께서는 촬영을 해봐야 알 수 있으니 너무 걱정 하지 말라 하시며 안정을 유지하게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걱정반 농담반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 할일을 했었다. 도중에 동생과 농담으로 암에 걸리면 유튜브를 시작해야겠다고 농담삼아 놀았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에 결과를 들으러 갔을때 아버지와 같이 들으러 갔었는데 처음 싱글생글 웃으시던 그 표정은 사라지고 미간을 찌푸리시는 담당 선생님을 보고는 그때서야 조금 눈치를 챘다.
결과는 예상치도 못했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최악의 결과라고 설명하셨다.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벙쪘었다가 나 혼자 생각해보니 도저히 암 말고는 이런 표현을 쓰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 제가 염두하고 있었던 결과중에 가장 안좋게 나왔습니다. 최악입니다. 이 정도로 진행됐다면 분명히 증상이 있었을탠데...
지금 여기선 할 수 있는게 없어서 큰 대학병원이나, 일산 암센터로 가셔서 정밀 검진 받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하세요. 그래도 MRI로 전부 알 수 있는게 아니라서 조직검사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이때 부터 나의 생활 습관과 마인드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마지막 발언으로 선생님 특유의 안정을 해주시려는 것 같았지만 이때는 정말이지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암은 아니었지만 최악이라고 하니 나에겐 암으로 진단이 확정된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날이 있은 직후 아버지께선 여러곳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셨고 나는 무표정으로 아버지께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일단 먼저 집으로 가야하니 차를 타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암센터에 예약을 바로 하셨단다. (대학병원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랬었다.)
나는 내 다리뼈속에 있는 것이 암인지 아닌지를 달고 일주일 이상을 보냈었어야 했다. 그때부터 엄청난 스트레스가 찾아왔고 공부에는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잡중도 안되서 일부러 영화를 하루종일 틀어놓고 게임만 계속했어도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었다. 특히 의사선생님이 발급해주신 소견서와 진료의뢰서에 적혀있던 영어를 나름대로 해석해봤는데 (이때 그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림프절, 종양 같은 용어들이 나와 이거 무조건 암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이때 까지 나의 의심 병명은 골육종.
뼈에 악성 종양(암)이 생긴 것이다. 이 병은 혈액을 잘 타고 다니기 때문에 폐에 전이가 잘되는데 폐로 전이됐을 경우 5년 생존률이 20~30%로 급격히 낮아진다. 또 다른 곳에 전이가 잘되서 골반, 팔등에 생기기도 한다. 만약 이 것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했다면 예후가 좋지 않다고 한다. 이 병을 얼마전 23살의 쇼트트렉 국가대표가 걸려 하늘로 가셨던 병과 똑같았다. 또 미치겠는게 이때 당시 감기인지 아닌지 기침이 자주 나왔었는데 스스로 폐에 이미 전이가 된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에 잠을 설친 날도 있었다. 이때가 정말 온갖 생각이 들었던 최악의 한 주 였던것 같다. 일부러 연락을 모두 끊은 후 나와 비슷한 증상을 구글에 5~6시간 동안 검색해 보기도 하고 암투병 유투브, 암 관련 서적, 블로그 글, 심지어는 웃음 치료까지 찾아서 봤다. 비타민 c와 암의 치료 관계 논문을 살펴보거나 골육종 최신 치료방법, T세포가 무엇인지 까지 모두 찾아서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쓸때없는 짓이었다. 암 환자는 암이아닌 항암 치료때문에 더 많이 죽는다는 글도 보고 그 반대의 의견을 표하는 정보들도 접하니 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암센터의 진단.
동네 병원에서 찍었던 X-ray 사진, 대형병원에서 찍은 MRI 자료를 들고 암센터에 진찰을 의뢰했다.
센터 의사 선생님은 먼저 서류를 유심히 보시고는 좋지 않은 표정으로 영상 자료들을 보신 후 이렇게 말씀 하셨다.
👨⚕️ : 1차적으로 서류로만 봤을때는 무시무시한 암으로 분류 했었습니다. 그래서 MRI 자료를 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무시무시하진 않네요. 점잖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진단은 일단 암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병으론 Fibrous dysplasia(섬유이상형증)인데 X-ray 결과가 전형적이지 않아서 CT랑 뼈스캔 해보고 그래도 의심이 된다 싶으면 그때 조직검사하는걸로 하겠습니다.
일단은 암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에 묵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기에 다른 추가 검사를 했어야 했는데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또 다시 예약을 했어야 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그 진단을 듣고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었고 검사를 하고난 후 결과를 듣기위해선 또 다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이게 정말 사람 피말린다)
결과적으론 최종 진단은 Fibrous dysplasia
암이 아닌것에 정말 감사한다. 지금 생각하면 살짝 창피하지만 정말 그 동안의 내 삶을 한번 돌아봤었던 계기가 됐었다.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었던 시간이 됐다. 위에 기술한 이 병도 사실은 희귀병에 속한다. 자세한건 위 단어를 치면 나오지만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나무위키를 가져왔다.
나의 경우 위에 나와있는 다발성 섬유이형성증이다. 설명이 아주 무시무시한데 의사 선생님은 일상생활은 문제없이 가능하다 하셨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었다. 그래도 이 병이 암으로 변질 되는 것은 흔한 증상은 아니나 100명중 1명은 변질 된다고 하니 완전히 맘 놓을 수는 없다.그래서 6개월 마다 암센터에 가서 주기적 검진을 받아야 한다.
이번 일로 알게 된것은
1. 증상을 구글에 검색해서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자.
2. 아프면 병원가자.
3. 혼자서 증상을 유추하지 말자.
이다. 그리고 다들 건강검진 꾸준하게 받자. 이제 슬슬 나도 다시 내 할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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